노승범 교수,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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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교수,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대상·경기도건축문화상 금상 수상
'물을 담는 시설'이 '빛을 담는 시설'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림책꿈마루’
노승범 건축학부 교수가 복합문화공간인 ‘그림책꿈마루’로 2024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준공 부문 대상과 제29회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 승인 부문 금상을 동시 수상했다. 노 교수가 설계한 ‘그림책꿈마루'는 군포시의 기존 배수지를 활용한 디자인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써 독창적인 리모델링과 친환경적 설계를 자랑한다.
2022년 8월에 준공된 해당 시설은 '한국 창작 그림책'의 예술적 가치를 많은 시민이 누릴 수 있도록 설계돼 지난해 9월에 공식 개관했다.
30여 년간 방치된 기존 배수지의 공간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복합 문화시설의 기능을 한 공간에 담아낸 노 교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의미를 공간적으로 재해석한 노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대상, 경기도 건축 문화상 금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주) 대교 사옥을 리모델링 프로델링 프로젝트로 2013년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대상, 2016년에는 가평 마이다스 리조트 설계로 경기도 건축 문화상 금상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운이 좋게 약 10년 만에 그림책꿈마루 프로젝트로 같은 상을 동시에 받아 매우 기쁩니다. 건축 부분과 리모델링 부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을 설계한 것 같아 영광입니다.
복합문화공간인 ‘그림책꿈나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그림책꿈마루는 약 30년 전 군포신도시 개발 당시 도시기반시설로서 한얼 공원 산 위에 있던 기존 배수지를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한 프로젝트입니다. 기존의 배수지가 쓰임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군포시 어느 산 밑에 묻혀서 방치됐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에 원래 목적으로서의 쓰임이 끝난 배수지를 리모델링하자는 공모전을 발견했죠.
건축설계 및 도시재생을 연구하고 실무에 적용하는 저로서는 배수지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기존 사회기반시설인 배수지의 기능을 다르게 해 주민들의 복합 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킨다는 좋은 취지를 목표로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리모델링은 신축 건물과는 달리 기존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그렇기에 리모델링은 우리 사회의 건축에서 중요한 축인 것이죠.
기능이 다한 기존 배수지 리모델링 작업은 단순히 기능적 변화에 따른 물리적 공간 환경의 개선을 넘어 기존 배수지의 공간적 특성의 토대 위에 새로운 기능이 공존할 수 있도록 했어요. 결국 이 프로젝트는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설정하고, 더 나아가서 현재와 미래의 관계도 암시하는 것입니다.

군포시는 ‘책의 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책 읽는 문화를 강조하기에, 군포시만의 색깔을 복합 문화시설에 입혀 그림책박물관으로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책 박물관은 일반적인 용어라고 생각해 그림책에 집중한 이름을 고민했고, 그림책꿈나무를 생각해 냈습니다.
그림책꿈나무는 연면적 3821.66㎡, 지하 2층에서 지상 1층 규모의 그림책을 중심으로 한 복합 문화시설입니다. 기존 배수지와 배수지 측면을 연결해 그림책 전시실, 상시ㆍ기획 전시실과 그림책 열람실, 그림책의 테마를 주제로 공연이 진행되는 공연장과 공원 등의 휴식 공간까지 다양하게 설계했어요.
어떤 점을 중점으로 설계하셨나요.
기존 배수지의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보존 활용하기 위해 배관 출구인 집수정, 기둥과 벽면을 그대로 남겨뒀어요. 또한 배수지 안으로 빛을 유입하는 수정원과 옥상 공원으로의 연결 통로, 접힌 옥상 지붕의 틈을 통해 이용자들이 배수지 안에서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어요.
리모델링할 때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주변과의 조화'와 '기존의 공간과 새로운 건축적 요소들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어떠한 기능을 위해 건물을 짓지만, 주변의 환경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고 주변의 잠재적 요소를 설계에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설계를 시작했어요.
먼저 기존 배수지의 특성을 이해하고 분석해 시설 재활용의 범위를 정했습니다. 그 후 새로운 기능을 위한 건축적 요소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빛과 물과 같은 자연적 요소들과의 관계 설정을 구체화했어요.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도록 대지 주변의 잠재적 요소들을 건물디자인에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땅속에 묻혀 있던 가로 40m, 세로 60m, 높이 5m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의 배수지를 세상 밖으로 드러냈습니다. 배수지의 쓰임이 다한 후 수십 년간 방치돼 텅 비어 있던 콘크리트 박스를 세상에 노출한 후 원래의 박스를 그대로 공간에 활용했어요. 원래 물이 가득 차 있던 콘크리트 공간의 앞, 위, 측면 등에 벽을 뚫었고, 빛을 채워 넣었어요.
즉 '물을 담는 시설'이었던 것을 '빛을 담는 시설'로 탈바꿈시킨 것이죠. 한때 물로 가득 채워져 도시기반시설로 기능했지만 쓰임이 다한 후 수십 년간 방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에 빛을 채우는 작업은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과 동일합니다.

설계할 때 원래의 콘크리트 공간이나 바닥 등을 유지해 이용자들이 내부 공간을 인지할 수 있도록 기존 시설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암흑과 같은 내부 공간에 주변 환경을 고려해 다양한 방법으로 빛을 유입한 후 그 빛이 내부공간에 반사돼 새로운 기능과 공간적 의미를 갖게 했죠.
30년간 흙으로 오염된 콘크리트 벽면의 질감과 반사하는 유리 벽면 위에 겹쳐 보이는 공원의 모습을 통해 이용자들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콘크리트 외벽에 접한 이야기방은 새로운 기능을 담음과 동시에 시간을 관통하는 내부 공간과 외부공간의 연결 통로가 되도록 설계했어요. 배수지의 흔적을 새로운 공간에서 느낄 수 있게 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비췄습니다.
같은 건물이라도 과거와 현재의 쓰임은 달라지기에 건물은 한번 지으면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해가요. 그렇기 때문에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고의 반복이 아니라, 그 도시의 필요에 맞춰 리모델링하는 ‘재생’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과거의 흔적을 가져가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담는 '시간의 터'가 보이게끔 설계하고자 했죠.
배수지의 현재 기능은 바뀌었지만, 과거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요. 그림책꿈나무 이용자 분들도 그림책박물관의 기능을 이용함과 동시에 기존의 배수지와의 관계도 인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건축학도로서의 교수님이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손으로 작업하는 '건축'이라는 분야에 대해 알게 됐죠. 건축 쪽을 공부하다 보니 내가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직접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어요. 건축은 기존의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롭게 주관대로 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이 분야에 몸담으면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건축에 대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미국 유학을 하러 가서 뉴욕에서 관련 실무를 8년 정도 배웠어요. 한국으로 귀국한 뒤에 한양대 교수로 임용돼 지금까지 건축 및 도시설계 분야에서 후배 양성이 힘쓰고 있네요. 이 외에도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자문이나 실무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난 24년 동안 후배와 학생 양성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은퇴까지 약 2년 정도 남은 지금, 건축학도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봤어요. 은퇴 후에는 제가 하고 싶은 건축과 도시 설계, 도시재생 분야에 더욱 집중해 보려고 해요.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다 보니 건축가로서 그동안 못했던 일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건축 관련 실무와 자문을 하고 싶습니다. 모든 한양인분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 나갔으면 좋겠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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